티스토리 뷰
6·25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한 가족의 따뜻한 나눔과 어린아이의 성장을 담아낸 그림책,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석영주 작가님의 글과 차호윤 작가님의 그림, 그리고 마술연필님의 섬세한 번역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단순히 전쟁의 참상을 나열하기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인 온기와 연대를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내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야기는 6·25 전쟁으로 인해 국토의 대부분이 북한군에 넘어가고, 삶의 터전을 잃은 피난민들이 끊임없이 부산으로 밀려드는 절박한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인 어린아이의 부모님은 이러한 피난민들을 주저 없이 자신들의 집으로 맞아들이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그들과 나눕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부모님의 이러한 행동이 처음에는 불만스러웠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어쩌면 자신들이 가진 것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은 묵묵히 피난민들을 보듬고, 이웃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줍니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중 하나는 멀리 인천에서 딸과 함께 온 어부 김씨 아저씨가 건넨 말입니다.
"우리 등 뒤에 적군이 있으니, 이 집은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입니다."
이 한 문장은 피난민들의 절박한 처지와 함께, 부산이라는 도시가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위태롭게 떠 있는 작은 배처럼,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이 명대사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 말은 자신들을 따뜻하게 거둬준 주인공의 가족에게 전하는 깊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나눔은 베푸는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 석영주(ANN SUK WANG) - 교보문고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 ★ 〈커커스 리뷰〉 올해 최고의 책 ★ 〈혼 북〉 팡파르 선정도서 ★ 제인 애덤스 아동도서상 최종 후보 ★ 프리먼 도서상 수상작어둠 속의 빛, 그리고 전쟁 속의 연
product.kyobobook.co.kr
어린아이인 화자는 피난민들과 모든 것을 나누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점차 내려놓고, 이웃인 그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차츰 이해하며 마음을 엽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피난민들이 어느새 가족처럼 느껴지고, 그들과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은 어른들의 시선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합니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풍경은 더욱 아프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과 인간적인 따뜻함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아이의 성장은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이며,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공감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그림책은 한국계 미국 작가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석영주 작가님은 그의 가족이 전쟁에서 겪은 실화를 이야기에 담아냈습니다. 단순한 허구가 아닌, 실제 역사의 아픔과 가족의 기억이 녹아들어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한국계로서 처음으로 미국 칼데콧 아너상(명예상)을 받은 이민 2세대 그림 작가 차호윤님은 감성적인 수채화로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해냈습니다. 차호윤 작가님의 그림은 인물들의 표정, 몸짓, 그리고 배경의 색감 하나하나에 이들의 감정과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따뜻하면서도 애잔한 색감은 전쟁의 아픔과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느끼게 해주며,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은 단순히 전쟁의 비극을 다룬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고통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전쟁의 상처를 직접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그 아픔과 희망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이웃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일깨워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에게 의지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인간적인 유대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정보 📖
- 제목: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 글: 석영주
- 그림: 차호윤
- 옮김: 마술연필
'📖 Book & Antiq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숨바꼭질 같은 인생, 『도망치고, 찾고』에서 길을 찾다 🕵️♂️✨ (2) | 2025.06.19 |
---|---|
마음을 따스하게 녹이는 역사 미스터리, 허주은 작가의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 (2) | 2025.04.01 |
⏳ <시간을 파는 상점> 멈춰버린 시간을 되찾는 마법 같은 이야기 (7) | 2025.03.19 |
임철우 작가의 묵직한 울림, '아버지의 땅' 리뷰 ⛰️ (2) | 2025.03.16 |
⭐ <어린 왕자> 어른들을 위한 영원한 동화 ⭐ 리뷰 (1) | 202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