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와 기억,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 우리 :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리뷰

2021년, 한강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또 한 번 우리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졌습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고통과 폭력성을 탐구해 온 작가는 작품에서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인 제주 4·3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이 리뷰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가 어떻게 역사의 상처를 개인의 기억과 연결하고, 그 속에서 치유와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잊혀진 역사, 되살아난 기억 : 줄거리 요약 🩸

소설은 그림책 작가인 '경하'가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도의 빈집을 돌보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곳에서 경하는 인선의 어머니가 남긴 사진과 편지, 그리고 4·3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발견하며 과거의 기억 속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경하 자신도 제주 4·3 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기에, 인선의 어머니의 삶과 그 기억들은 경하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어떻게 견뎌왔는지, 당신들에게 묻고 싶었다."

 

 

제주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만남과 사건들은 경하에게 4·3 사건이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임을 깨닫게 합니다. 특히 인선의 어머니를 통해 구체화되는 폭력과 상실의 경험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슬픔과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의 아픔, 역사의 상처 : 작품의 주제 💔

<작별하지 않는다>는 개인의 트라우마와 집단적 기억, 그리고 역사의 상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경하와 인선,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는 각자의 방식으로 4·3 사건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아픔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며 미래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잊지 않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작품은 또한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다룹니다. 4·3 사건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혀 있었고, 생존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억은 망각될 수 없으며, 언젠가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하며, 그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상처 입은 영혼들 : 등장인물 분석 👥

• 경하: 어린 시절 4·3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은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불안정한 애착 관계, 불면증, 그리고 죄책감은 그녀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통해 경하는 자신의 상처를 직시하고, 그 아픔을 공유하며 치유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 인선: 4·3 사건 생존자의 딸인 인선은 어머니의 고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성장했습니다. 어머니의 트라우마는 인선에게도 대물림되어, 그녀 역시 불안과 상실감에 시달립니다. 경하와의 만남은 인선에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공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 인선의 어머니: 4·3 사건 당시 끔찍한 폭력을 경험하고 가족을 잃은 인선의 어머니는 과거의 기억에 갇혀 살아갑니다. 그녀의 삶은 트라우마가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섬세한 필치, 파편화된 기억 : 문체 및 서사 구조 분석 🧠

한강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시적인 문체를 사용하여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파편화된 서사 구조는 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몰입하도록 유도합니다. 짧고 간결한 문장들은 때로는 시처럼 아름답게, 때로는 날카로운 칼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고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작가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고통과 대비시키는 방식을 통해, 폭력의 잔혹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아름다움과 폭력,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이라는 대립적인 이미지들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기억을 넘어, 미래를 향해 : 작품의 사회적 의미 🎗️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치유의 문제를 폭넓게 다룹니다. 작가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통해 사회 전체의 아픔을 드러내고, 기억과 화해를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는 함께 울었다. 그리고 그 눈물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 되었다." 

 

 

특히, 여성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와 연결되어, 더욱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개인적인 감상 : 깊은 슬픔, 그리고 희망의 빛 🙏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 저는 깊은 슬픔과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제주 4·3 사건의 잔혹성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특히 인선의 어머니가 과거의 기억에 갇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하지만 동시에 작품 속에서 희망의 빛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경하와 인선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연대와 공감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 풍경은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 📖

<제주4.3평화공원>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회복력, 그리고 화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한강 작가의 섬세한 필치와 깊이 있는 통찰력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결코 작별할 수 없다.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이 문장처럼,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

 

P.S.

[철처:KBC뉴스 /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